2021년 5월 현상설계 당선을 시작으로 2024년 5월 준공 후일담을 쓰게 된 페이퍼스토리의 첫 공공건축 프로젝트이다.

사업비 및 민원 등등의 이유로 5층으로 시작된 규모는 3층으로 줄어들게 되었고 줄어든 규모만큼이나 무수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다양한 주민분들과 마주치게 되는데, 인상 깊은 할머니 한 분이 있었다. 매번 '이 땅이 기가 세서 30년간 건물이 못 들어오던 자리였는데 어떻게 아가씨가 여길 감당하려고~~'를 시작으로 하는 재해에 관한 설화였는데, 다섯 번쯤 듣고 나니 설화가 아니라 실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이 현장은 무재해로 마무리되었으니 결과적으로 기운이 좋은 땅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듯 공영주차장은 오랫동안 버려지다시피 방치되어 있던 땅에 지어지는 경우가 많다.  도심의 방치된 그리고 갇힌 모서리에 세워지는 볼륨감은 어떤 형태인 것이 바람직할까? 설계때 보다 막상 착공에 들어간 이후 이 고민은 무수히 반복되었다.
주차타워는 그 특성상 볼륨이 크다. 조그마한 주차타워는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체로 주차장의 건축면적은 1,000㎡가 넘는다. 작은 주택 10개가 모여지어질 수 있을 공간이다. 우리(페이퍼스토리)는 이렇게 거대한 볼륨의 건축물을 계획할 때 대개 도시조직에 순응하는 매스의 분절과 아기자기한 조화로 위압적이지 않은 입면을 추구하는 편이다. 
그러나 주차장은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다. 우선 요리조리 요리할 수 있을 만큼의 공사비가 없다. 단순 명료해야 공기와 인건비가 절감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단순하면서도 답답하지 않은 도시의 숨이 될 수 있을까? 우리가 내린 결론은 '적절한 투명함'과 단조롭지 않은 '질서' 였다.
패널의 크기에 따라 매쉬의 홀도 달라진다. 각도를 정확하게 계산해야 루버 부분과의 조화와 비례도 의도대로 구현될 수 있다. 이렇게 단순한 건축물일수록 도면과 3D를 더 꼼꼼히 해야 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몇 번의 설계변경이 있었고, 그때마다 도서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 사무실에서 자주 하는 말이다 "위기를 기회로!"
평범해 보이지만 (설계자에겐) 통곡의 램프벽이다.
크기가 다른 두 모듈이 같은 밀도로 보여지게 하기 위한 노력들
길을 걷다 마주치면 기분 좋은 코너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초기 계획과 달리 붉은 벽돌이 쓰인 부분들이 있다. 우리 흔히들 이것을 '얻어걸린다'라고 하는데.. 원치 않았던 설계 변경 이었으나 시공해 두고 보니 원안보다 훌륭했다. 원래는 모노톤의 롱브릭으로 계획되어 있었으나, '물가 상승률 모르겠고 금액 맞추이소'라고 하시던 단장님 덕분에 울며 겨자 먹기로 현존하는 가장 저렴한 벽돌을 썼다. 관급 기준 장당 280원이니 공사비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건축가 라면 참고하시길 바란다. 꽤나 곱고, 날씨가 좋은 날 보면 마리오 보타가 떠오르는 (순전히 기분 탓이다) 벽돌이다.
5층이었던 초기 안
불안과 걱정으로 수십번 나눠봤던 파사드의 간격과 회전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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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고생한 페이퍼스토리 김민경님. 도면에 칼각을 심어주신 덕분에 파사드가 살았습니다.  집요한 스케치업으로 현장소장님 놀래켜 주신 윤성환님.  덕분에 많은 부담감으로 똑같이 시공 되었습니다. 공들인 색채계획이 수포로 돌아게 해서 미안할 따름이지만,. 암튼 결과물은 잘 나와 다행인 이하영님. 내가 현장 나가는 동안 내 몫까지 다른 프로젝트 서포트 한다고 바빴을 주준학님.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페이퍼스토리 식구들께 감사말씀 드립니다. 드디어 해냅(치웁)니다.
공모 당선의 영광을 함께한 JOA 전진영 소장님과 강영님께도 무한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꽤 어려운 파사드를 아름답게 담아주신 김재현 작가님께도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형제토건의 신종갑 소장님. 다음에도 꼭 같이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참 복이 많은 설계자에요.

모두의 수고와 열정을 담아
2024. 04. 30  옥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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