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DEMIC, SNS 그리고 인구 소멸 시대의 학교란 무엇일까?
  동래고등학교는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부산의 명문 고등학교이다. 개축공사 공고가 게시된 당시는 covid19가 절정인 상황이었다. 수업도 여가활동도 모두 비대면으로 이루어 지던 때이고, 그렇지 않아도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 어색한 10대들에게는 치명적인 사회적 공백이 우려되고 있었다.
covid19가 아니더라도, 그 이전부터 요즘의 학교는 아이들 사이에서 거리감을 좁히는 데 있어 예전과 같은 오프라인 활동보다 SNS를 통한 방과 후의 활동이 더 비중이 커지고 있었다. 모바일로 먼저 탐색하고,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사진은 여자들의 찐우정. 참고로 동래고는 남고이다.

Z세대가 우리를 M 세대와 묶지 말라고 한다더니 아주 피부로 실감되었다. 86년생 MZ에게 06년생 MZ는 너무나 큰 간극이 있다. 어릴 때는 어른들이 이것저것 음식 골고루 먹어보라고 할 때 정말 이해가 안 가더니,. 마흔도 되지 않아 완연한 꼰대가 되어버린 나는 우연한 마주침과 운명의 수레바퀴와 같은 제비뽑기로 결정되는 '인연'을 '우정'을 어떻게든 아이들에게 떠먹여 주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다. 지식은 학원에도, 일타강사가 즐비한 인강에도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사람'을 배울 수 있는 곳은 학교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 무엇보다 소중히 해야 하는 것을 이곳에서 배워나갔으면 했다.
17센티미터를 넘지 못하는 모바일 대신,  눈앞의 친구들과 소통하고 눈을 통해 마음을 맞대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알려줘야겠다는 마음이 앞섰다. 우연이 얼마나 재미있는 건지 알려주기 위해 학교를 '뻥' 뚫었다. 가운데 뚫린 큰 구멍뿐만 아니라 이 학교에는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있다.
현재의 교육과정은 쉬는 시간, 점심시간할 것 없이 아이들이 하루 종일 이동하며 수업을 들어야 한다. 그래서 이동 중간중간 쉴 수 있는 장소이자, 모임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잔뜩 만들어뒀다. 이 작은 구멍들은 오래된 역사의 비석과 마주치기도 하고, 자연과 연결되기도 하고, 식당을 품고 있기도 한다. 특히나 '홈 베이스'를 1층에 모두 몰아두었다.
홈 베이스를 1층에 집약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학년 안에서의 커뮤니티가 아니라 선후배를 넘나드는 커뮤니티를 만들어주고 싶은 의도였고, 다른 하나는 한 해 한 해가 다르게 감소해 가는 학생 수에 맞춰서 유연하게 대응하고자 한 곳에 집약시켰다. 이 집약은 비단 홈 베이스뿐만 아니라 일반 교과실, 실습 교과실에도 적용이 되었다. 8반이 4반이 되면 당황하지 않고 두 개의 유닛을 병합하여 쾌적하게 사용하도록 말이다. 공부는 아무리 쾌적한 환경이어도 하기 싫은 법이다. 그래서 학습공간의 쾌적성을 악착같이 찾아주고자 노력했다. 얘들아 공부를 못하는 이유가 건물 때문은 아니었으면 좋겠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인 것치고는 평면도 입면도 너무 현대적인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우리 역시 그 부분에 많은 고민이 있었으나, 1950년 교사는 대화재로 한 줌 재가 되어버렸고, 그 이후 96년부터 21년까지 차곡차곡 지어진 지금의 학교는 일종의 난개발(?)로 그 쓰임도 효율도 적합지 않아 결국 전체 개축이라는 용단이 내려진 상태였다. 역사적 흔적은 많은 비석과 나무들을 하나하나 고려해 최대한 보존했다. 역사관 역시 1950년대의 교사를 최대한 재현하고자 하였다. 나름의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동래고가 지역사회에서 가지고 있는 상징은 '예비 서울대'와 같다. 동래고는 늘 부산의 교육현장 최 전방에서 리드해 나가는 부분이 있다. 교복을 바꿀 때도, 야간자율학습을 개편할 때도, 일선의 학교는 고개를 들어 '동래고'를 바라본다.

그런 동래고가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육 환경을 조성한다고 했을 때 '과연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할까?' 하는 고민 끝에 우리가 내린 결론은. '혁신' 이었다. 동래고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다. 사람을 먼저 만나는 공간. 그게 우리가 21세기 학교가 가져야 할 가장 큰 가치인 점을 또 한 번 강조한다. 현대적인 입면은 '캠퍼스 부럽지 않은' 환경을 조성하는 걸 염두 했다. 물론 실시설계 단계에서 많은 보완이 있었다.
오래전 부터 많이들 이야기 해 왔다. '대학을 꼭 갈 필요가 있는가?' 이 설계를 할 당시에는 chat GPT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머지 않은 미래에 모두가 준 전문가가 되는 시대를 상상했다. 현재는 무서울 정도로 AI가 발전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고등교육을 받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는 날이 될지도 모른다. 그럼 많은 아이들의 교육의 종착지가 '고등학교'가 될지도 모른다. 고등학교에서도 90년대 캠퍼스의 낭만 (물론 나도 겪어보지 못했지만) 을 느끼는 날이 오기를 염원한다. 
그럼, 이상으로 입학과 동시에 취업을 걱정했던 05학번 건축가의 고등학교 설계후기를 마친다. 부족한 면이 많지만, 언제나 진심임을 강조하며. 


PS. 심사 전에도, 심사 후에도 일면식조차없는. 진심에 공감해주신 전보림, 로렌스김, 김성률, 김용남 위원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지나고 보니 그날이 엄청난 봄이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도 흔들리지 않고 소신이 앞서는 건축가가 되기위해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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